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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 카를로 로벨리

10년, 아니 5년 전의 나라면 절대 읽지 않았을 책이다. 아니 우연한 기회로 읽기 시작했더라도 물리학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 망설임없이 접었을 것이다. 그런데 왜 나는 이 나이에 새벽같이 일어나 이 책을 읽고 또 읽고, 굳이 이해해보려고 애를 쓰는 것일까?

 

상대성이론도 양자역학도 1도 이해하지 못하는 과.알.못인데, 이 책을 읽는 동안 문득 물리학과 철학과의 어떤 연결고리에 관심이 가게 되었다. 내가 아둥바둥 살고 있는 세상의 시간, 공간 혹은 시공간, 이것들이 우주라는 거시적 관점에서는 그저 상대적인 개념이라면, 혹은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라면..

그러면 나는 어디서 살고 있는걸까?

그걸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되어 또 다시 복잡한 물리학으로 눈을 돌려본다.

 

일반상대성 이론에서는 물질의 질량이 중력을 형성하여 시간과 공간을 휘게 만든다. 중력의 영향이 클수록 즉 시공간이 많이 휠 수록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양자역학은 미시적 차원의 세계에서 전자는 원자 내부의 궤도가 아닌 확률밀도의 형태로 분포한다. 이는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제거한 절대 시간, 절대 공간, 양자 세계의 물질의 운동을 기술한 것이로 두 이론은 서로 공존할 수 없는 시공간의 개념에서 성립한 것이다. 

 

각각의 이론은 각각의 상황에서는 설명이 되지만 우주의 역사, 빅뱅이나 블랙홀과 같은 고밀도의 물질들을 제대로 기술할 수 없다.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 양자중력의 개념들을 생각해내고 있다. 

 

오늘날 양자중력을 통해 얻은 새로운 사실은 공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망처럼 연결된 알갱이들의 확률운으로 이루어진 중력장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 아이디어와 특수상대성이론을 연결해서 생각해본다면, 시간과 공간은 긴밀하게 이어져 있으므로 공간의 부재는 결국 시간의 부재를 의미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 144p

새벽 시간 이 어려운 개념과 싸우면서 열심히 이해해보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아니 물리학이 이렇게 흥미로운 학문인지 진작 알았더라면 어렸을때 좀 더 관심을 가져볼 걸 하는 후회가 생겼다. 

 

오늘 하루 나를 기다리는 있는 집안 일과 육아, 회사일들을 떠올리다 보니, 우주를 헤매며 시간과 공간과 입자들과 씨름했던 시간은 마치 다른 차원의 시공간이었던 것 같다.

 

여전히 모르겠고, 이해 한다고한들 언젠가는 또 다른 개념에 의해 "틀렸다"가 될 수도 있을 이론들이지만

저자의 말처럼,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다른 의견에 귀 기울이고 질문하고, 사고하는 과정에서 지금껏 그랬듯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설명해낼 훌륭한 과학이론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나같은 과.알.못에게 지적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 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했다고 생각한다.